한강,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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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한강 - 교보문고

소년이 온다 | 말라파르테 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작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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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묻혀버린 넋들의 목소리, 잔인한 시대의 증언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대한민국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항쟁과 학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참혹한 시간 속에서 스러져간 혹은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과 기억을 처절하고도 깊이 있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특정 인물의 단일 서사가 아닌, 여러 인물의 시점과 목소리를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 작품은, 국가 폭력이라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개인의 존엄성이 어떻게 짓밟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무언가가 어떻게 남겨지는지를 집요하게 탐문합니다.

 

책 전반에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그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인간의 연대와 존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과 성찰을 요구합니다.

 

II. 저자 소개: 한강 (1970~)

 

한강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인간 내면의 깊은 고통과 상처,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들을 특유의 섬세하고 시적인 문체로 탐구해왔습니다.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적인 권위의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폭력, 트라우마, 육체성, 그리고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강인함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파고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이러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만나, 더욱 강력하고 구체적인 힘을 발휘한 역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역사의 증언자로서의 역할과 문학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보여줍니다.

 

III. 상세 줄거리 요약

 

소설은 1980년 5월, 계엄군에 의해 폐쇄된 광주 시내 도청 상무관에서 시작합니다. 열다섯 살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를 찾기 위해 시신들이 안치된 상무관 체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합니다. 애국가를 부르면 시신들이 움직일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그는 쏟아지는 주검들 사이에서 꿋꿋이 향을 피우고 태극기를 덮어주는 일을 합니다. 그는 시민군에 가담하려 하지만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결국 5월 27일 새벽 도청 진압 작전 중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야기는 동호의 죽음을 기점으로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흩어집니다. 정대의 영혼은 다른 시신들과 함께 손수레에 실려 망월동 공동묘지에 암매장된 후, 자신의 육체가 부패하고 소멸해가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며 동호의 이름을 부릅니다. 상무관에서 동호와 함께 일했던 여고생 은숙은 훗날 출판사 편집자가 되어, 당시의 검열과 투쟁 기록을 회고하며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동호처럼 도청에서 살아남았지만 이후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대학생 김진수는 반복되는 환각과 악몽 속에서 당시 동료들의 죽음과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폭력을 떠올립니다. 또 다른 생존자인 노동자 선주는 당시 함께 시위를 조직했던 여성들과의 기억, 그리고 고문 과정에서 겪었던 성적 모욕과 인간성 파괴의 경험을 안고 힘겹게 살아갑니다. 그녀는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시간이 흘러, 동호의 어머니는 아들의 제사를 지내며 평생 아물지 않는 슬픔과 그리움을 토해냅니다. 그녀는 죽은 아들의 고통을 상상하며, 왜 그날 아들을 붙잡지 못했는지 자책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은 작가 자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나'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작가는 자료를 조사하고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며 이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의 고통과 어려움, 그리고 인간의 잔인함과 존엄성 사이에서 길어 올린 질문들을 성찰합니다. 

 

결국 소설은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날의 고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그 기억을 어떻게 마주하고 증언해야 하는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IV.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1. 잊지 말아야 할 역사, 광주를 기억하기 위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개인의 구체적인 고통과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증언함으로써, 역사를 박제된 기록이 아닌 살아있는 아픔으로 느끼게 합니다.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고 기억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2. 인간 존엄성에 대한 처절한 질문: 국가 폭력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동시에 얼마나 존엄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폭력성과 선량함의 경계는 어디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유도합니다.
  3. 한강 문학의 정수를 경험: 트라우마와 고통을 응시하는 작가 특유의 집요함, 감각적이고 시적인 문장, 그리고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깊이 있는 시선이 응축된 작품입니다. 문학이 어떻게 역사의 아픔을 끌어안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예입니다.

 

V. 현대 사회에서의 의미

  1. 국가 폭력과 트라우마의 현재성: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는 비단 과거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는 국가 폭력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현실을 대변합니다. 이는 과거사가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2. 기억 투쟁과 진실 규명의 중요성: 역사는 종종 왜곡되거나 은폐됩니다. 이 소설은 잊히거나 부정당하는 역사적 진실을 복원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기억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필요성을 환기합니다.
  3. 공동체적 연대와 치유의 모색: 비극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고 연대했던 시민들의 모습,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려는 노력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공동체적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합니다. 사회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VI. 중요 구절 및 해설

  1.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네 삶이 여기서 끝났다는 걸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어." (정대의 영혼이 동호에게)
    •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이름 없이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억울함과 원한을 대변합니다. 죽음마저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시대의 비극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2. "폭력이란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다. (…) 모욕이란 그 사람의 영혼을 그의 몸에서 뽑아내는 것이다." (선주의 회상)
    • 고문을 통해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폭력의 본질을 꿰뚫는 말입니다. 폭력과 모욕이 단순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 한 인간의 존재 자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3. "무엇보다 인간은 존엄하다, 고문하는 자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파괴하는 것이다. (…) 인간이 그토록 존엄하다는 사실이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김진수의 생각)
    • 가해자들이 폭력을 통해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존엄성'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폭력의 근원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4. "오월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은숙의 회고)
    • 광주의 비극이 과거의 사건으로 종결된 것이 아니라, 생존자들의 삶 속에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트라우마의 지속성과 역사적 책임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5.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 인간의 폭력과 존엄 사이의 어딘가로 당신을 데려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작가의 말)
    • 작가가 이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쓰는 이유와 목적을 드러내는 구절입니다. 독자들이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마주하고, 인간 존재의 양면성에 대해 함께 고뇌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VII. 주요 특징 및 강점

  1. 다성적(多聲的) 서사 구조: 여러 인물의 시점과 목소리를 교차하여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개인의 경험을 통해 비극의 총체적인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는 독자가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에 감정적으로 이입하게 만듭니다.
  2. 감각적이고 시적인 문체: 참혹한 현실을 묘사하면서도, 한강 특유의 정제되고 시적인 언어는 고통의 깊이를 더욱 절절하게 전달하고 때로는 비극 속에서도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합니다. 감각적인 묘사(특히 시각, 청각, 후각)가 두드러집니다.
  3. 육체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 총상, 고문, 시체의 부패 등 폭력에 노출된 인간의 육체를 매우 구체적이고 집요하게 묘사합니다. 이는 폭력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동시에, 연약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과 존엄의 문제를 육체의 차원에서 탐구하게 합니다.

VIII. 추천 대상

  • 한국 현대사,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 독자: 역사적 사실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고 이해하는 데 강력한 도움을 줍니다. 교과서나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역사의 속살을 접할 수 있습니다.
  •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성, 트라우마와 치유에 대한 문학적 탐구를 원하는 독자: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심리와 행동, 폭력이 남긴 상처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합니다.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을 찾는 이에게 적합합니다.
  •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는 독자: "채식주의자" 등에서 보여준 작가 특유의 문제의식과 문체가 더욱 강렬하고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발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책입니다.
  • 읽기 힘들지만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원하는 독자: 내용은 매우 고통스럽고 잔혹한 묘사가 많아 읽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감내하고 읽었을 때, 역사적 진실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문학을 찾는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IX. 마무리 및 총평

 

"소년이 온다"는 한국 문학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증언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탁월한 성취 중 하나입니다. 한강은 외면하고 싶은 참혹한 진실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되살려내어 우리 앞에 세웁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고발이나 신파를 넘어, 폭력의 심연 속에서도 끝내 파괴되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가슴에 깊고 서늘한 파문을 남깁니다.

 

읽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소년이 온다"는 우리 시대의 필독서이자, 인간성을 성찰하게 하는 강력한 문학적 증언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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